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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작 존 오브 인터레스트 재조명

by kiiwiie 2025. 4. 9.

존 오브 인터레스트 이미지

 

한때 미국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퍼졌던 ‘존 오브 인터레스트(Person of Interest)’. 2011년에 방영됐던 작품인데, 요즘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그저 오래된 드라마가 다시 주목받는 게 아니라, 사회 분위기와 기술 발전이 이 드라마와 맞물리면서 ‘지금 봐도 소름’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왜 이제 와서 다시 사람들이 이 작품을 찾게 된 걸까? 그 인기 비결을 지금부터 하나씩 짚어봤다.

감시사회와 AI, 지금 보니 더 현실 같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더 머신’이라는 인공지능이 모든 걸 감시하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당시에는 “야, 이게 진짜 가능하겠어?” 싶었는데… 지금 보면 무서울 정도로 현실에 가까운 얘기다. CCTV, 스마트폰, SNS까지 우리가 매일 쓰는 모든 데이터가 누군가에게 실시간으로 분석되고 있다면? 이 드라마는 그걸 이미 10년 전에 다뤘던 거다.

게다가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 이후 미국 정부의 정보 수집 실태가 공개되면서, 이 드라마는 그냥 상상이 아니라 ‘거의 예언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엔 감시 기술이 더욱 일상화됐고, 자연스럽게 이 작품이 다시 소환된 셈이다.

중요한 건 이 드라마가 단순히 “감시가 나쁘다”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거다. ‘더 머신’이라는 AI는 분명 인류를 지키기 위한 존재지만, 그 존재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도 동시에 보여준다. 기술의 발전이 과연 인류에게 득이 될까, 해가 될까? 그런 고민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실제로 지금은 AI 윤리, 알고리즘 편향, 감시 자본주의 같은 키워드가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이런 시대에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단순히 ‘드라마’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질문이자 성찰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재미로 보기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자극 없이도 깊은 이야기, 다층적 스토리의 힘

처음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보면, 그냥 흔한 절대능력 캐릭터가 매번 사건을 해결하는 구조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시즌이 거듭되면서 완전히 다른 그림이 펼쳐진다. 단순히 ‘범죄 해결 드라마’가 아니라, 인간과 AI, 감시와 자유, 시스템과 개인 사이의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발전한다.

특히 ‘머신’과 ‘사마리탄’이라는 두 AI의 대결은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니다. 각자가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충돌하는 거고, 그 속에서 인간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계속 시험당한다.

이 작품은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 시대와는 반대로, 느리지만 깊이 있게 서사를 쌓아간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서서히 성장하고, 전개 속에 복선도 많다. 그래서 처음 볼 땐 몰랐던 디테일이 두 번째 볼 땐 눈에 들어오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두 번 보면 더 재밌는 드라마’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또 하나 특별했던 점은, 시즌이 길어질수록 흔히 겪는 ‘산으로 가는 전개’가 없었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뚜렷한 플롯이 있었고, 모든 전개는 결국 하나의 철학적 결말을 향해 흘러갔다. 특히 마지막 시즌에서 등장하는 질문들—인류는 AI를 통제할 수 있는가? 시스템이 인간의 판단을 대체할 수 있는가?—는 작품을 보는 내내 시청자 스스로가 답을 고민하게 만든다.

사람 냄새나는 캐릭터, 그게 진짜 매력

기술적인 설정도 훌륭하지만, 사실 이 드라마를 진짜 명작으로 만든 건 캐릭터다. 핀치와 리스, 두 사람의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지고, 때론 가족 같기도 했다. 핀치는 모든 걸 통제하려 하지만 늘 죄책감에 시달리고, 리스는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 하면서 조금씩 변화한다. 이 두 사람의 상호작용만으로도 이야기가 충분히 깊다.

게다가 루트, 쇼, 그리고 베어(개인데 존재감이 장난 아니다)까지. 각각의 캐릭터가 맡은 역할이 명확하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인간성과 윤리를 탐구한다. 루트는 특히 독특한 캐릭터로, AI와 거의 신앙 수준의 관계를 맺는다. 그런데도 그녀의 선택에는 항상 이유가 있고, 점점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누가 죽고 살았냐'가 아니라, 그 인물이 어떤 가치관을 지녔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계속 고민하게 만든다. 그래서 회차가 끝나고도 여운이 남고, 캐릭터가 마치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 하나 더. 이 작품의 악역들도 단순히 나쁜 사람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대표적인 악역인 그리어는 인간보다 AI를 더 신뢰하는 인물인데, 그가 가진 논리와 가치관도 일견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이처럼 캐릭터들이 모두 입체적으로 구성돼 있어서, 어느 누구도 100% 선하거나 악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런 복잡한 감정선이 시청자로 하여금 계속해서 고민하게 만들고,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그냥 오래된 드라마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 보기 딱 좋은,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다. AI, 감시사회, 인간성 같은 주제를 이렇게 촘촘하고 흥미롭게 풀어낸 드라마는 아직도 드물다. 정주행 한 번 해보면 아마 “이걸 왜 이제 봤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거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선 질문과 여운이, 이 작품의 진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