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 애니가 최고라고?
2001년에 개봉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일본 애니 최초로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고, 흥행 성적도 역대급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성공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최고의 애니메이션’이라고 부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대체 이 영화가 뭐길래 20년이 넘게 회자되는 걸까? 그 이유를 한번 제대로 짚어보자.
1. 단순한 모험 이야기가 아니다. 인생 이야기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처음 보면, 그냥 겁 많던 어린아이가 신비한 세계에 떨어져서 성장하는 모험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건 단순한 모험이 아니라 ‘삶’에 대한 이야기다.
치히로는 원래 부모에게 의존적이고, 낯선 환경을 두려워하는 평범한 아이였다. 하지만 부모가 돼지로 변해 버리면서 갑자기 모든 게 달라진다. 보호받을 수 있는 존재가 사라진 순간, 치히로는 자기 힘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낯선 공간에서 처음에는 실수도 하고, 겁도 많았지만, 점점 강해지면서 결국 자신의 힘으로 부모를 구하고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
이건 그냥 ‘어린이가 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어릴 때는 부모가 다 해주지만, 언젠가는 스스로 세상과 마주해야 한다. 그리고 처음에는 모든 게 낯설고 어렵지만, 점점 적응하면서 성장한다.
특히, 유바바에게 이름을 빼앗기고 ‘센’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는 장면은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가 사회에 나가면, 본래의 ‘나’보다는 직책, 역할, 회사 속 한 사람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살다 보면 점점 본래의 자신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치히로가 끝까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이 영화는 말하고 있다.
2.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온갖 신비한 캐릭터들이 나오고, 마법 같은 장면이 가득하지만, 사실 이 이야기는 철저하게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 바로 치히로의 부모가 돼지로 변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고 단순한 판타지라고 생각했다면, 다시 한 번 보길 추천한다. 치히로의 부모는 욕심을 부려 남의 음식을 허락도 없이 먹다가 결국 돼지가 된다. 이건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그대로 보여준다. 돈, 권력, 욕망에 집착하다 보면 결국 자기 자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표현한 장면이다.
그리고 ‘가오나시’라는 캐릭터도 의미가 깊다. 처음에는 조용하고 존재감 없는 캐릭터였지만, 목욕탕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면서 점점 변해 간다. 돈을 주면서 관심을 끌려고 하고, 사람들은 그의 돈을 탐내면서 점점 그의 존재를 키운다. 하지만 진짜 관심이 아니라 단순한 욕심이었기 때문에 결국 가오나시는 괴물이 되어 버린다.
이건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사람들이 돈을 벌고, 성공하고, 주목받고 싶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본래의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그걸 깨닫지 못하면, 점점 더 괴물이 되어 갈 수도 있다.
결국 이 영화는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우리 삶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을 담아낸 이야기다.
3.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감동
애니메이션을 오래된 순서대로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림체나 연출이 촌스러워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2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아름답다.
특히, ‘바다 위를 달리는 기차’ 장면은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는다. 물속을 달리는 기차, 창밖을 바라보는 치히로, 조용한 분위기. 이 장면은 대사가 거의 없지만, 그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엄청난 감정이 전달된다. 이 장면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나도 어디론가 떠나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치히로가 기차를 타고 가는 그 순간이,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는 느낌과도 닮아 있다.
또한, 영화 속에는 ‘설명하지 않는 장면’이 많다. 예를 들어, 가오나시는 왜 치히로를 따라왔는지, 목욕탕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왜 거기에 있는지, 하쿠는 어떻게 용이 되었는지 정확한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게 오히려 더 매력적이다. 우리 인생에서도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이유 없이 다가오고, 어떤 일들은 그냥 지나간다. 이 영화는 그런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그대로 남겨둠으로써,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결론: 이 영화가 왜 아직도 최고냐고? 볼 때마다 다르게 보이니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특별한 이유는, 볼 때마다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 봤을 때는 그냥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다시 보면, 완전히 다른 영화처럼 보인다. 탐욕, 성장, 정체성, 인간관계, 환경 문제까지… 이 영화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우리 삶 자체를 담고 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이 영화는 여전히 최고의 애니메이션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사랑받을 것이다.
혹시 오랜만에 다시 보고 싶어졌다면? 오늘 밤 한 번 감상해 보자. 아마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