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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 프리퀄의 재발견 (HBO 신작)

by kiiwiie 2025. 4. 12.

하우스 오브 드래곤 포스터
하우스 오브 드래곤 포스터

 

왕좌의 게임, 아직도 기억나시나요? 한때 전 세계를 열광시켰던 그 판타지 대서사시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HBO가 새로운 시리즈를 들고 나왔어요. 바로 ‘하우스 오브 드래곤’이죠. 전작보다 약 200년 전, 타르가르옌 가문이 웨스테로스를 지배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인데요.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반신반의했어요. “이거 진짜 재밌으려나?” 싶은 마음 반, 그래도 ‘왕겜’이니까 한번은 봐야지 하는 마음 반이었죠. 그런데, 웬걸요. 생각보다 훨씬 깊고 흡입력 있었어요.

타르가르옌 가문의 이야기, 이렇게 진지할 줄 몰랐죠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말 그대로 타르가르옌 왕가의 피 튀기는 권력 싸움이에요. 그런데 그게 단순히 왕좌를 차지하려는 싸움이 아니라, 피로 이어진 가족 사이의 애증, 그리고 여성 후계자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체제 속의 갈등 같은 복잡한 이야기들이 층층이 쌓여 있어요.

특히 주인공인 레이니라 타르가르옌은 진짜 복잡한 인물이에요. 처음엔 순수한 소녀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정치적으로 단단해지고, 동시에 인간적인 고뇌도 깊어지죠. 후계자로 인정받기 위해 싸워야 했고, 심지어 가까웠던 친구와도 적이 되는 과정이 그려지는데요. 그 심리 묘사가 너무 잘 돼 있어서, 보는 내내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게다가 드래곤이 나오는 장면이 진짜 장관이에요. 그냥 ‘용’ 수준이 아니라, 하나하나 성격과 특징이 다 다르고, 캐릭터처럼 다뤄져요. 그래서 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단순히 화려한 볼거리 그 이상이 되는 거죠. 특히 드래곤 위에 타고 하늘을 가르는 장면은 정말 숨이 멎을 정도였어요.

생각보다 정치적인 요소도 많아서 ‘왕좌의 게임’ 초반 느낌을 좋아했던 분들이라면 이 시리즈도 꽤 만족하실 것 같아요. 빠르게 전개되면서도 인물 관계는 촘촘하고, 아무 대사 하나 허투루 흘러가지 않거든요.

캐릭터와 배우들, 이 조합 진짜 미쳤어요

제가 제일 인상 깊었던 건 배우들이었어요. 특히 젊은 레이니라 역의 밀리 알콕이랑 성인 레이니라를 맡은 엠마 다르시, 이 두 사람이 같은 인물인데도 너무 자연스럽게 연결되더라고요. 두 사람 다 캐릭터를 자기 식대로 해석하면서도 본질은 하나로 묶여 있어서, 보는 내내 “와 진짜 잘 캐스팅했다…” 싶었죠.

그리고 데이먼 타르가르옌. 이 캐릭터는 한 마디로 설명이 안 돼요. 영웅인지 악당인지, 그냥 제멋대로 살고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속 깊은 전략가인지 헷갈릴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그런 복잡한 캐릭터를 맷 스미스가 너무 잘 표현해요. 특히 눈빛 하나로 분위기를 확 바꿔버리는 게 진짜 대단하더라고요.

이 드라마가 좋은 건, 선과 악을 뚜렷하게 나누지 않는 거예요. 누가 옳고 그르다기보다, 다들 자기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시청자 입장에서도 “쟤 왜 저래?” 했다가도, 뒤에 이유가 밝혀지면 다시 공감하게 되고… 그게 이 드라마의 진짜 힘인 것 같아요.

그리고 앨리센트 하이타워 캐릭터도 빼놓을 수 없어요. 처음엔 그냥 왕비로서 조용히 사는 인물인 줄 알았는데, 점점 정치의 중심으로 들어오면서 무섭게 변해요. 그런데 또 완전히 미워하기는 힘들고요. 그런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많아서, 한 회 한 회가 지루할 틈이 없어요.

영상미, 연출, 음악까지… 역시 HBO답죠

HBO가 어떤 의미에선 이 시리즈로 명예회복을 한 것 같아요. 왕좌의 게임 마지막 시즌 때문에 실망했던 분들 많잖아요. 이번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실히 보이더라고요.

우선 영상미가 진짜 끝내줘요. 드래곤이 하늘을 나는 장면, 전투 장면, 왕궁의 디테일한 묘사까지 하나하나 너무 공들였다는 게 느껴져요. 특히 조명이나 카메라 워크가 예술이에요. 진짜 영화 보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음악! 전작의 테마를 살짝 가져오면서도 새롭게 편곡해서, 익숙하면서도 긴장감을 불어넣어요. 어떤 장면에서는 음악이 없는데도, 그 정적이 오히려 더 무섭고 강렬하게 다가오더라고요. 감정선을 잡아주는 데 음악이 정말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연출이 섬세해요. 캐릭터 간의 대립이나 심리 전개가 논리적으로 설계돼 있어서, 억지스럽지 않고 납득이 돼요. 특히 대사 하나, 눈빛 하나에도 의미가 담겨 있어서, 몰입도가 엄청 높죠. 괜히 집중 안 하고 보면 중요한 힌트를 놓치기도 해요.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단순한 프리퀄이 아니에요. 그냥 왕좌의 게임 이름만 빌린 별개의 시리즈가 아니라, 오히려 그 세계관을 더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작품이죠. 처음엔 살짝 망설일 수도 있지만, 일단 보기 시작하면 어느새 빠져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판타지를 좋아했던 분들, 왕겜 초창기의 정치 서사를 그리워하셨던 분들, 새로운 캐릭터의 서사를 만나고 싶은 분들께 진심으로 추천해요. 아직 안 보셨다면 꼭 한 번 시도해보세요. 후회 안 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