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영화 좋아하시나요? 사실 좀비 장르는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긴 해요. 그런데 2016년에 개봉한 부산행은 좀 달랐어요. 평소 좀비물을 좋아하지 않던 사람들도 이 영화만큼은 감동적으로 봤다는 후기가 꽤 많았죠. 그 이유가 뭘까요? 단순히 좀비들이 등장해서 무섭고 잔인하기만 한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부산행은 한국에서 보기 드문 좀비 영화이기도 했지만, 그 안에 감정선, 사회적 메시지, 그리고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까지 담겨 있었어요. 오늘은 <부산행>을 감성, 좀비, 재난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나눠서, 조금 더 깊이 있게 리뷰해 보려고 해요. 단순 리뷰를 넘어, 왜 이 영화가 지금도 회자되는 명작인지, 다시 보는 가치를 가진 작품인지 이야기해 보죠.
감성으로 본 부산행
<부산행>의 중심에는 사실 가족이 있어요. 주인공 석우(공유)는 바쁜 회사 일로 딸 수안(김수안)에게 무심한 아빠예요. 이혼 후에도 딸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회사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죠. 그런데 이 둘이 부산행 KTX에 올라탄 그날, 세상은 갑자기 좀비 바이러스에 휩싸이게 돼요.
아무런 준비도 없이, 단둘이 그런 재난 한복판에 던져진 부녀. 영화는 이 상황 속에서 부성애와 가족 간의 정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내요. 특히 석우가 점점 변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초반에는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기보다 수안만 챙기려는 이기적인 모습이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결국엔 누군가를 위해 스스로 희생하는 사람이 되거든요.
저는 특히 마지막 장면이 아직도 머릿속에 선해요. 석우가 수안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희생. 그 감정선이 진짜 묵직하죠. 많은 관객들이 그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저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아버지’라는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아주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었어요.
그리고 또 하나 감동적인 부분은 마동석 배우가 연기한 상화 캐릭터예요. 임신한 아내를 지키는 모습, 강한 남성성 속에서 드러나는 따뜻한 마음, 그리고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멋졌어요. 어쩌면 이 영화는, 다양한 방식의 사랑과 희생을 이야기하는 감성 영화일지도 몰라요.
좀비의 진화와 한국식 연출
이제 ‘좀비’ 얘기를 해볼게요. 보통 좀비 영화 하면 미국 영화가 먼저 떠오르죠. <월드워 Z>나 <28일 후>, <워킹데드> 같은 대작들 말이에요. 하지만 <부산행>은 한국에서 만든 첫 본격적인 좀비 영화라는 점에서 엄청난 도전이었어요.
그리고 결과는? 성공적이었어요. 단순히 좀비가 나와서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과 상황을 활용한 긴장감 있는 연출이 인상 깊었어요. 특히 KTX라는 밀폐된 공간 안에서 좀비가 퍼진다는 설정은 정말 참신했죠. 기차라는 한정된 구조 덕분에 장면 하나하나가 더 긴박했고, 탈출이나 회피가 힘든 구조라서 몰입감이 대단했어요.
좀비들의 움직임도 기존과는 좀 달랐어요. 빠르고, 날렵하고, 군중처럼 몰려다니는 모습이 특징적이었죠. 처음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장면도 기억나세요? 기차에 몰래 타고 있던 감염자가 좀비로 변하면서 모든 게 시작되잖아요. 그 장면은 지금 봐도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또 하나 흥미로웠던 건, 좀비의 ‘감염 경로’나 ‘행동 패턴’을 분석하면서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부분이에요. 단순히 무서워서 도망치는 게 아니라, 창의적으로 싸워 나가는 모습이 정말 잘 그려졌어요. 이게 바로 한국형 좀비 영화의 매력이죠. 무작정 피하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요.
재난 속 인간의 민낯
마지막 키워드는 ‘재난’이에요. 사실 이 영화는 좀비라는 소재를 통해 사회적 재난에 대해 말하고 있어요. 단순한 생존 서바이벌이 아니라,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가 용석(김의성)이에요. 자기만 살겠다고 사람들을 밀쳐내고, 거짓말하고, 심지어는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키기까지 해요. 결국 자신도 감염되지만, 그는 끝까지 이기적인 태도를 버리지 않죠. 이 캐릭터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해요. 진짜 괴물은 좀비가 아니라 인간일 수도 있다는 거예요.
반면, 상화나 석우처럼 끝까지 타인을 배려하고 희생을 선택하는 인물도 있어요. 영화는 이 둘을 통해 선과 악, 이기심과 이타심, 그리고 공동체와 개인 사이의 갈등을 아주 명확하게 보여줘요. 사실 이게 우리가 사는 현실 속 모습과 다르지 않죠. 재난이 닥쳤을 때 누군가는 이타적인 행동을 하고, 누군가는 자기만 생각하니까요.
그리고 그게 더 무서운 거예요. 좀비보다 더 위협적인 건,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거죠. <부산행>은 그런 점에서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니라, 사회적 통찰을 담은 작품이에요. 이 영화가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도, 바로 그 ‘메시지’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느낀 건, <부산행>은 단순한 좀비 영화가 아니라는 거예요. 감동, 긴장감, 메시지까지 모두 갖춘 작품이죠. 아마 그래서 개봉한 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회자하고, 다시 보곤 하나 봐요.
또한 이 영화는 이후 한국형 좀비 드라마나 영화들 <킹덤>, <#살아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 등장하는 데 큰 영향을 준 작품이기도 해요. 그만큼 <부산행>은 한국 영화계에 남긴 족적이 크다고 할 수 있겠죠.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꼭 한번 보셨으면 해요. 그리고 이미 봤다면, 지금 다시 한번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한 감동과 메시지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