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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암살 (천만 영화 재조명)

by kiiwiie 2025. 4. 26.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하죠.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질 줄 알았던 영화가 문득 떠오르고, 그때 극장에서 느꼈던 감정이 아직도 선명할 때가 있어요. ‘암살’이 저한테는 딱 그런 영화예요.

2015년 여름, 엄청 더웠던 날이었죠. 시원한 극장에서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 강렬함이 가슴을 쿵 때리듯 남았어요. 1,270만 명이라는 숫자가 괜히 나온 게 아니더라고요.

지금은 10년도 더 지난 영화지만, 오히려 지금 다시 보니까 그 깊이와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오늘은 '암살'이라는 작품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는지, 그리고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편하게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암살 포스터
암살 포스터

기억보다 더 강렬했던 그 시대

영화 '암살'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해요. 이 시기 자체가 워낙 무겁고도 아픈 역사라서, 영화로 다루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죠. 근데 최동훈 감독은 이 복잡한 시대를 한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긴장감 있게, 또 깊이 있게 그려냈어요.

주인공인 안옥윤, 그러니까 전지현이 연기한 여성 저격수는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그 시대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상징 같은 캐릭터예요. 특히 안옥윤의 눈빛 하나하나가 마음에 깊이 남았죠. 말보다 눈으로 이야기하던 그 장면들, 다들 기억하시죠?

이정재가 연기한 염석진은 정말… 보는 내내 속이 부글부글했어요. 근데 또 한편으론 이해가 되기도 했어요.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건, 단순한 이분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잖아요. 그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 것 같은 느낌, 그게 이 영화가 주는 묘한 여운이기도 해요.

사실 이런 이야기를 우리가 영화로 본다는 건,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학교에서는 자세히 배우지 못했던 독립운동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고민, 희생, 선택들. ‘암살’은 그런 것들을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잘 담아냈어요.

연출, 연기, 음악까지… 이건 거의 예술이었죠

최동훈 감독은 원래 이야기 잘 풀기로 유명하잖아요? ‘도둑들’, ‘타짜’ 같은 영화들 보면 알 수 있는데, '암살'에서는 그 능력이 정점을 찍은 느낌이었어요. 특히 인물 배치, 플롯 구성, 그리고 반전까지… 스크립트를 진짜 얼마나 고민했을까 싶을 정도로 촘촘하고 깔끔했죠.

전지현은 이 영화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예전엔 밝고 경쾌한 이미지였는데, 여기선 진짜 저격수 같았어요. 무표정한 얼굴 뒤에 감정을 꾹꾹 눌러 담고 있는 그 느낌. “여배우도 이렇게 서사를 이끌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줬죠.

이정재는 뭐 말할 것도 없죠. 염석진이라는 캐릭터는 사실상 영화의 두 번째 주인공이라고 봐도 될 정도였고, 그 복잡한 심리를 정말 잘 표현했어요.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의 표정, 잊을 수가 없어요. 말은 없는데, 그 얼굴 하나에 너무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잖아요.

하정우는 특유의 그 ‘느긋한데 무게감 있는’ 연기로 극에 안정감을 줬고, 조진웅, 최덕문 같은 조연 배우들도 다 제 몫을 해냈죠. 이 영화는 정말 출연진 누구 하나 버릴 게 없어요.

거기에다 배경 음악, 총소리, 정적이 흐를 때의 긴장감까지… 이건 단순히 영화가 아니라 감각적인 체험이었어요. 시각적으로도, 청각적으로도 정말 잘 만들어졌어요.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사진처럼 머리에 남아요. 딱 한 마디로 말하면, “완성도 미쳤다”는 말이 딱이에요.

천만 관객이 선택한 이유, 그 안에 답이 있다

사실 ‘암살’이 개봉할 당시엔 “이런 역사 영화가 과연 흥행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는 모든 예상을 깨고, 정말 대박을 터뜨렸어요. 왜 그랬을까요?

첫째, 그 해가 바로 광복 70주년이었죠.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사람들도 “우리 이야기”에 목말라 있었어요. ‘암살’은 그런 정서를 정확히 짚어냈고, 극장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함께’ 느끼게 해줬어요.

둘째, 영화가 단순하지 않았어요. 그냥 총 쏘고 악당 잡는 영화가 아니라, 사람의 선택과 신념, 그리고 역사 속에서의 역할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만들었죠. 영화 보고 나와서 친구들이랑 “너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 것 같아?”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진짜 좋은 영화의 힘이잖아요?

셋째, 감정선이 정말 좋아요. 기억에 남는 대사들도 많았고요. “조국이 없는데, 우리가 뭘 믿고 살아야 해요?” 이런 대사는 그냥 영화 속 대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금도 우리에게 많은 걸 묻게 해요.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한국 관객의 정서에 정말 잘 맞아요. 애국심을 강요하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끌어올려 주는 느낌. 그 감정선이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기도 하고요.

‘암살’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이야기예요

‘암살’은 시간이 흘러도 다시 꺼내보고 싶은 영화예요. 그냥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기록이고, 감정이고, 메시지죠.

우리는 여전히 정의가 뭔지, 올바른 선택이 뭔지 고민하면서 살고 있잖아요?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히 과거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말을 거는 작품이에요. “너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하고 있니?”라고.

만약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진심으로 추천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예전에 봤던 분들도 지금 다시 보면 분명 다른 감정을 느끼실 거예요. 영화는 시간과 함께 자라고, 보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잖아요?

‘암살’은 그런 의미에서, 아직도 진행형인 영화예요. 그때 느꼈던 그 감정, 지금 다시 꺼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